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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제리 율스만 교수는 영화사진 수업 첫날,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강의실 왼쪽에 있던 학생들은 '양적 집단'이라고 이름 붙여줬고, 이들은 수행한 과제의 양만으로 평가를 받기로 했다. 강의 마지막 날 율스만은 이 학생들이 제출한 사진의 '양'만 봤다. 즉, 과제 사진 100장을 제출하면 A, 90장을 제출하면 B, 80장을 제출하면 C 이런 식으로 학점을 매겼다. 반대로 강의실 오른쪽에 있던 학생들은 '질적 집단'으로 이름 붙여졌다. 이들은 과제의 '질'만 평가받았다. 한 학기 동안 오직 한 장의 사진만 과제로 제출했는데, 이 사진 한 장의 질적 완성도에 따라 학점을 받았다. 학기 말에 율스만은 가장 완성도 높은 사진들이 양적 집단에서 나왔다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 학기 동안 이 학생들은 수없이 사진을 찍고, 구도와 조명을 실험해보고, 다양한 인화 방법을 테스트해보면서 수많은 실수를 통해 배워나갔다. 수백 장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들의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반대로 질적 집단은 사진의 완성도에만 매달렸다. 결국 이들은 입증되지 않은 이론들이나 보통 수준밖에 안 되는 사진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듯 섣부르게 접근하면 변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수령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면 살을 빼는 가장 빠른 방법, 근육을 키우는 최고의 프로그램, 완벽한 부업 아이디어만을 찾는 것이다.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최선의 접근법을 생각해내는 데만 몰두한다. 이 말은 motion과 action 사이의 차이를 말해준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유사하게 들리지만 결코 같지 않다. motion은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확립하고 배우는 것이다. 좋은 일이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반대로 action은 행위로서 결과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내가 쓰고자 하는 기고문들에 대해 20여 가지의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것은 motion이다. 그러나 실제로 앉아서 기고문을 쓰고 있다면 이것은 action이다. 더 나은 다이어트 계획을 검색하거나 그 주제에 대해 책을 몇 권 읽는 것은 동작이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실제로 먹는다면 이것은 실행이다. 동작은 유용하지만 결코 그 자체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동작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왜 우리는 그렇게 행동할까? 실제로 계획이 필요하거나 더 많이 배워야 하기 때문에 동작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실패할 위험 없이 그 과정을 겪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움직이기만' 한다.

우리 대부분은 비판을 피하는 데 선수들이다. 실패하거나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므로 그런 일이 발생할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실제로 실행하기보다는 동작 정도까지만 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실패하고 싶지 않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나중으로 미루고 싶은 것이다. 동작은 쉽다. 아직 자신이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동작은 뭔가를 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하는 준비만 한 것 뿐이다. 준비가 '미루기'의 또 다른 형태가 돼서는 안된다. 무엇이든 실제로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한낱 준비만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연습을 바란다. 어떤 습관에 통달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반복'이다.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 익혀야 할 습관의 면면을 그려 볼 필요는 없다. 그것을 연습하기만 하면 된다.

많이 해야 할까, 오래 해야 할까

습관은 반복된 행동을 통해 점차적으로 자동화되면서 만들어진다. 어떤 행동을 반복할수록, 뇌는 그 행동을 하는 데 더 효율적인 구조로 변화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장기적 강화'라고 부르는데, 최근에 패턴화된 행동들을 기반으로 뇌에서 뉴런들의 연결이 강화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순간마다 우리는 그 습관과 연관된 특정한 신경학적 회로를 활성화한다. 즉, 단순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습관을 체화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말이다.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은 학생들은 기술이 늘고, 완벽한 사진을 만들어내는 데만 몰두한 학생들은 기술이 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모든 습관은 노력이 필요한 연습에서 자동적인 행위로 넘어가는 유사한 궤적을 그리는데, 이 과정을 '자동화'라고 한다. 자동화는 각 단계를 떠올리지 않고도 행동을 수행하는 능력으로, 행동이 무의식에 새겨질 때 일어난다.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 우리의 현재 습관은 수백, 수천 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내재화된 것이다. 새로운 습관 역시 그만큼의 반복이 필요하다. 행동이 정신 속에 완전히 내장되고, 습관 한계선을 넘어설 때까지 성공적인 시도들을 충분히 엮어내야 한다. 따라서 습관을 자동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이 이뤄지는 데 필요한 만큼 그 행동을 취했느냐가 중요하다.

Summary

  • 가장 효율적인 학습 형태는 실행이다. 계획 세우기가 아니다.
  •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라. 움직임에 맞추지 마라.
  • 습관은 반복된 행동을 통해 점차적으로 자동화되면서 만들어진다.
  • 습관을 형성하는 데 들인 시간보다 그 습관을 실행한 횟수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