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현금과의 전쟁
탈현금 트렌드는 사회의 커다란 흐름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가 현금을 없애고 사람들의 거래를 낱낱이 추적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낳았다.
씨티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월렘 뷰티터는 다음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현금을 없애는 정책은 세부류 사람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첫째,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빈곤층과 노령층이다. 둘째, 현금의 익명성에 숨은 범죄자들이다. 셋째, 사상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그러나 첫 번째 그룹은 정부의 지원으로 충분히 도울 수 있고, 두 번째 그룹은 그냥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공동의 이득을 위해 자신들의 뜻을 굽히는 것이 맞다.
민간 부문은 탈현금 추세에 동참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 은행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상인들은 현금 수납에 따른 불편한을 줄일 수 있다. 시스템이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되고 통신망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현금 없이도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예상외로 사람들이 현금을 손에서 놓지 않기 때문이다.
현금은 '보편적인 결제 접근성'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현금으로 결제할 때는 은행 게좌나 카드, 스마트폰 등이 필요치 않다. 그저 현금만 있으면 된다.
우리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졀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결제 시스템이 누군가를 소외시킨다면 결코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제 시스템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현금 보존을 위한 법률이 발효됐다. 스웨덴이 이런 조처를 한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결제하고 결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지불이나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 가지 목표 모두 나름의 중요성을 지닌다.
신기술 덕에 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에서 결제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과 좀 더 많은 활동이 제도권 경제의 범주 속에 들어오게 됐지만 신기술은 또 다른 과제도 동반한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아예 규제를 받지 않거나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받는다. 핀테크에 맡긴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업체가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하면 고객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