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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객체, 설계

이 책은 훌륭한 객체지향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원칙과 기법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에서는 객체지향 패러다임을 설명하기 위해 추상적인 개념이나 이론을 앞세우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개발자인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가장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코드를 이용해 객체지향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로버트 마틴은 <클린 소프트웨어: 애자일 원칙과 패턴, 그리고 실천 방법>에서 소프트웨어 모듈이 가져야 하는 세 가지 기능에 관해 설명한다.

노트

모든 소프트웨어 모듈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실행 중에 제대로 동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듈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목적은 변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모듈은 생명주기 동안 변경되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변경이 가능해야 한다. 변경하기 어려운 모듈은 제대로 동작하더라도 개선해야 한다. 모듈의 세 번째 목적은 코드를 읽는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모듈은 특별한 훈련 없이도 개발자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없는 모듈은 개선해야 한다.

마틴에 따르면 모든 모듈은 제대로 실행돼야 하고, 변경이 용이해야 하며,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하나의 클래스나 메서드에서 너무 많은 세부사항을 다루기 때문에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코드를 읽고 이해해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 큰 부담을 준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A를 변경할 경우 B도 함께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변경에 취약한 코드

문제는 변경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다른 클래스가 Audience의 내부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Audience를 변경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은 객체 사이의 **의존성(dependency)**과 관련된 문제다. 문제는 의존성이 변경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의존성은 변경에 대한 영향을 암시한다. 의존성이라는 말 속에는 어떤 객체가 변경될 때 그 객체에게 의존하는 다른 객체도 함께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내포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객체 사이의 의존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객체지향 설계는 서로 의존하면서 협력하는 객체들의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의존성만 유지하고 불필요한 의존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객체 사의의 의존성이 과한 경우를 가리켜 **결합도(coupling)**가 높다고 말한다. 반대로 객체들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의존할 경우에는 결합도가 낮다고 말한다. 설계의 목표는 객체 사이의 결합도를 낮춰 변경에 용이한 걸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설계 개선하기

Theater가 관람객의 가방과 판매원의 매표소에 직접 접근한다는 것은 Theater가 Audience와 TickeetSeller에 결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Audience와 TicketSeller를 변경할 때 Theater도 함께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코드를 변경하기도 어려워진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Theater가 Audience와 TicketSeller에 관해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알지 못하도록 정보를 차단하면 된다. Theater가 원하는 것은 관람객이 소극장에 입장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관람객이 스스로 가방 안의 현금과 초대장을 처리하고 판매원이 스스로 매표소의 티켓과 판매 요금을 다루게 한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관람객과 판매원을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자율성을 높히자

개념적이나 물리적으로 객체 내부의 세부적인 사항을 감추는 것을 **캡슐과(encapsulation)**라고 부른다. 캡슐화의 목적은 변경하기 쉬운 객체를 만드는 것이다. 캡슐화를 통해 객체 내부로의 접근을 제한하면 객체와 객체 사이의 결합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설계를 좀 더 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수정된 Theater 클래스 어디에서도 ticketOffice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Theater는 ticketOffice가 TicketSeller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Theater는 단지 ticketSeller가 sellTo 메시지를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Theater는 오직 TicketSeller의 **인터페이스(interface)**에만 의존한다. TicketSeller가 내부에 TicketOffice 인스턴스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현(implementation)**의 영역에 속한다. 객체를 인터페이스와 구현으로 나누고 인터페이스만을 공개하는 것은 객체 사이의 결합도를 낮추고 변경하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설계원칙이다.

캡슐화를 개선한 후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Audience와 TicketSeller가 내부 구현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율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무엇이 개선됐는가

Audience나 TicketSeller의 내부 구현을 변경하더라도 Theater를 함께 변경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수정된 코드는 변경 용이성의 측면에서도 확실히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한 것인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코드를 변경했다. 그 결과로 코드는 변경에 용이하고 이해 가능하도록 수정됐다.

우리는 캡슐화를 함으로써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개선했다. 그 결과, 이해하기 쉽고 유연한 설계를 얻을 수 있었다.

캡슐화와 응집도

핵심은 객체 내부의 상태를 캡슐화하고 객체 간에 오직 메시지를 통해서만 상호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단지 Audience가 buy 메시지에 응답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반환할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밀접하게 연관된 작업만을 수행하고 연관성 없는 작업은 다른 객체에게 위임하는 객체를 가리켜 **응집도(cohesion)**가 높다고 말한다.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는 자율적인 객체를 만들면 결합도를 낮출 수 있을뿐더러 응집도를 높힐 수 있다.

객체의 응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객체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책임져야 한다. 객체는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는 자율적인 존재여야 한다. 그것이 객체의 응집도를 높이는 첫걸음이다. 외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메시지를 통해서만 협력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훌률한 객체지향 설계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절차지향과 객체지향

이전 코드에서는 Audience, TicketSeller, Bag, TicketOffice는 관람객을 입장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모든 처리는 Theater의 enter 메서드안에 존재했었다는 점에 주목하라.

이 관점에서 Theater의 enter 메서드는 **프로세스(Process)**이며 Audience, TicketSeller, Bag, TickerOffice는 **데이터(Data)**다. 이처럼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별도의 모듈에 위치시키는 방식을 **절차적 프로그래밍(Procedural Programming)**이라고 부른다.

절차적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작성된 코드의 전형적인 의존성 구조는 모든 처리가 하나의 클래스 안에 위치하고 나머지 클래스는 단지 데이터의 역할만 수행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반적으로 절차적 프로그래밍은 우리의 직관에 위배된다. 우리는 관람객과 판매원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처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절차적 프로그래밍의 세계에서는 관람객과 판매원이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절차적 프로그래밍의 세상은 우리의 예상을 너무나도 쉽게 벗어나기 때문에 코드를 읽는 사람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절차적 프로그래밍의 세상에서는 데이터의 변경으로 인한 영향을 지역적으로 고립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Audience와 TicketSeller의 내부 구현을 변경하려면 Theater의 enter 메서드를 함께 변경해야 한다. 변경은 버그를 부르고 버그에 대한 두려움은 코드를 변경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절차적 프로그래밍의 세상은 변경하기 어려운 코드를 야산하는 경향이 있다.

절차적 프로그래밍 방식을 따라 작성된 첫 번째 예시에서는 Theater가 TicketSeller, TicketOffice, Audience, Bag 모두에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TicketSeller, TicketOffice, Audience, Bag 가운데 하나라도 변경될 경우 Theater도 함께 변경해야 한다.

변경하기 쉬운 설계는 한 번에 하나의 클래스만 변경할 수 있는 설계다. 절차적 프로그래밍은 프로세스가 필요한 모든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 때문에 변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해결 방법은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도록 프로세스의 적절한 단계를 Audience와 TicketSeller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수정한 후의 코드에서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프로세스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Audience와 TicketSeller 내부로 옮겨졌다. 이처럼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동일한 모듈 내부에 위치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객체지향 프로그래밍(OOP)**라고 부른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캡슐화를 이용해 의존성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객체 사이의 결합도를 낮추는 것이다. 객체지향 코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는 우리의 예상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객체 내부의 변경이 객체 외부에 파급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변경하기가 수월하다.

책임의 이동

두 방식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책임의 이동(shift of responsibility)**이다.

두 방식의 차이점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기능을 처리하는 방법을 살펴보는 것이다. 절차적 프로그래밍 방식은 책임이 Theater에 집중돼있다. 변경된 후의 객체지향 설계에서는 각 객체가 자신이 맡은 일을 스스로 처리했다. Theater에 몰려 있던 책임이 개별 객체로 이동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책임의 이동이 의미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에서는 독재자가 존재하지 않고 각 객체에 책임이 적절하게 분배된다. 따라서 각 객체는 자신을 스스로 책임진다.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은 스스로 책임을 수행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완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을 흔히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하나의 단위로 통합해 놓는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적절한 객체에 적절한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다. 객체는 다른 객체와의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객체가 어떤 데이터를 가지느냐보다는 객체에 어떤 책임을 할당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설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의존성이라는 것을 기억해라. 해결 방법은 불필요한 의존성을 제거함으로써 객체 사이의 결합도를 낮추는 것이다. 결합도를 낮추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Theater가 몰라도 되는 세부사항을 Audience와 TicketSeller 내부로 감춰 캡슐화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세부사항을 객체 내부로 캡슐화하는 것은 객체의 자율성을 높이고 응집도 높은 객체들의 공동체를 창조할 수 있게 한다. 불필요한 세부사항을 캡슐화하는 자율적인 객체들이 낮은 결합도와 높은 응집도를 가지고 협력하도록 최소한의 의존성만을 남기는 것이 훌륭한 객체지향의 설계다.

그래, 거짓말이다!

훌률한 객체지향 설계란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모든 객체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설계를 가리킨다.

객체지향 설계

설계가 왜 필요한가

노트

설계란 코드를 배치하는 것이다.

설계는 코드를 작성하는 매 순간 코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설계는 코드 작성의 일부이며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서는 검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설계란 무엇인가? 우리가 짜는 프로그램은 두 가지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우리는 오늘 완성해야 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코드를 짜야 하는 동시에 내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코드를 자야 한다. 좋은 설계란 오늘 요구하는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면서 내일의 변경을 매끄럽게 수용할 수 있는 설계다.

변경을 수용할 수 있는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요구사항이 항상 변경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경을 수용할 수 있는 설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코드를 변경할 때 버그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드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버그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 요구사항 변경은 필연적으로 코드 수정을 초래하고, 코드 수정은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버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코드를 수정하려는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코드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은 의존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요구사항 변경에 좀 더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변경 가능한 코드란 이해하기 쉬운 코드다.

단순히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객체라는 덩어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고 해서 변경하기 쉬운 설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애플리케이션은 객체들로 구성되며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은 객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현된다. 그리고 객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객체 사이에 주고 받는 메시지로 표현된다.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객체들이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객체들은 다른 객체에 의존하게 된다. 메시지를 전송하기 위한 이런 지식이 두 객체를 결합시키고 이 결합이 객체 사이의 의존성을 만든다.

훌률한 객체지향 설계란 협력하는 객체 사이의 의존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설계다. 객체 간의 의존성은 애플리케이션을 수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다.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하나의 덩어리로 모으는 것은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로 가는 첫걸음일 뿐이다. 진정한 객체지향 설계로 나아가는 길은 협력하는 객체들 사이의 의존성을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변경에 용이한 설계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