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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경쟁에서 벗어난다면 독점기업이 될 수 있겠지만, 독점기업도 미래까지 살아남았을 때만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위대한 기업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에'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오늘의 기업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이다. (어느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야 한다. 현재의 일정 금액은 미래의 같은 금액보다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기업의 가치는 대부분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한다. (신문사처럼) 구경제에 속한 기업은 지금의 현금 흐름을 앞으로도 5,6년간 유지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유사한 기업들이 있다면 이윤은 곧 경쟁을 통해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들의 현금 흐름은 아마도 향후 몇년 내에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고객들이 더 새롭고 더 유행하는 곳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기업은 정반대의 궤도를 그린다. 기술 기업들은 처음 몇년 간은 손실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려면 시간이 걸리고, 따라서 매출은 뒤늦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가치가 있으려면 앞으로 성장을 해야할 뿐만 아니라 '회사가 존속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가들은 오직 '단기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들에게도 핑계는 있다. 성장은 측정하기가 쉽지만 '존속 가능성'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성장하는 데 목숨을 건다면,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회사가 존속할 것인가?' 숫자만으로는 결코 그 답을 알 수 없다. 답을 알고 싶다면 내가 하는 사업의 질적 특성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독점기업의 특징

먼 미래까지 높은 현금 흐름이 예상되는 회사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모든 독점기업은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보통은 다음과 같은 특징 중 몇 가지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특징이란 각각 독자 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그리고 브랜드 전략이다.

1. 독자 기술

독자 기술이 있으면 해당 제품을 복제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따라서 독자 기술이야말로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이점이다.

독자 기술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중요한 부분에서 '10배'는 더 뛰어나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보다 못한 개선은 지엽적인 개선으로 인식돼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10배의 개선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내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면, 그 가치의 증가폭은 이론상 무한대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해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10배가 더 뛰어나면 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이팔은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방법을 10배는 더 편하게 만들었다.

10배의 개선을 이루는 방법 중에는 우월한 통합 디자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애플)

2.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해당 제품을 더 유용하게 만들어준다.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한 것이지만, 그 효과를 누리려면 초창기의 사용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어떤 네트워크든 처음에는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한 사업들은 특히나 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3. 규모의 경제

독점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진다. 판매량이 클수록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고정비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면 제품 하나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다 극적으로 누릴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대규모로 성장해도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제한적이다. 특히 서비스 회사는 독점기업이 되기 어렵다.

훌륭한 신생기업이라면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대규모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4. 브랜드 전략

튼튼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독점기업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기술 브랜드는 '애플'이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만들어주는 이런 잔기술들은 그 밑에 실질적인 무언가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고 있다.

애플이 빛나는 브랜드에 가려져서 다른 독점적 우위 요소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정작 애플의 브랜드 전략이 독점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것은 그 바탕에 이런 우위 요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이 아닌 브랜드에서부터 시작하려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그 어느 기술 기업도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 일어설 수는 없다.

독점기업 세우기

독점기업은 브랜드, 규모, 네트워크 효과, 기술 중 몇 가지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중하게 시장을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모든 신상기업이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다. 모든 독점기업은 시장을 크게 지배한다. '따라서 모든 신생기업은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에게 완벽한 표적 시장은 경쟁자가 없거나 아주 적으면서도 특정한 사람들이 적은 규모로 모여 있는 시장이다. 뭐가 되었든 큰 시장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미 여러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큰 시장이라면 더욱더 나쁜 선택이다. 따라서 만약 기업가들이 1억 시장의 1퍼센트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언제나 적신호라고 봐야 한다.

시장이 크다면 어느 분야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거나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므로 그 1퍼센트를 달성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울 것이다. 치열한 경쟁은 곧 이윤이 0이 된다.

몸집 키우기

틈새시장을 만들어내 지배하게 되었다면, 관련 있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서서히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그 방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아마존'이다.

시장 확장 순서를 제대로 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인식이 형성되지 못했지만,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가장 성공한 회사들은 핵심적인 이행 계획(처음에는 특정 틈새시장을 지배하고 그다음에는 인접 시장으로 확장)을 설립 단계에서부터 미리 세운다.

파괴하지 마라

실리콘밸리는 '파괴'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다. '파괴적 혁신'이란 원래 하나의 시장 잠식 전략을 설명하는 단어였다.

최근 들어 파괴적 혁신은 자신들의 제품이 최신 유행의 새로운 점을 강조하려고 제조사들이 직접 사용하는 일종의 유행어가 되었다. 이 새로운 유행어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가들 스스로 경쟁 시장을 당연시하게끔 기업가들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은 기존 회사들에 대한 위협을 묘사하려고 만든 말이다. 그런데 신생기업들이 파괴에 집착한다면, 이는 구식 회사들의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보겠다는 뜻이 되고 만다. 하지만 정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면, 신생기업이 만들어낸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한 구식 업계보다는 '창조'라는 횔동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 시장을 파괴하지 마라. 할 수 있다면 경쟁은 피할수록 좋다.

라스트 무버가 1등이 된다.

어느 시장에 처음 진입한 기업은 다른 경쟁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일 뿐 목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가 되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작은 틈새시장을 장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규모를 확장하고 야심찬 장기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마지막 수를 연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