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성공은 "행운과 예기치 못한 이점들이 얽혀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이 스스로를 '운 좋은 정자 모임의 멤버'이자 '난자 복권' 당첨자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성공이 '믿기 힘든 행성의 배열'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반은 운이었고, 반은 타이밍이 좋았고, 나머지가 머리 덕분'이라고 농담을 했다. 빌 게이츠는 심지어 자신이 '운이 좋아서 특정 능력들을 타고났다'라고까지 말했다.
'할 수 없는 일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말에 모든 사람이 동의했다. '얄팍한 사람은 운을 믿고, 환경을 믿는다.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 '모든 것은 다 제자리에 갖춰놓은 사람에게 승리가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고 부른다.'
불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 세대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자기 자신의 운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지나간 일들에 대해 토론할 때 '운'이란 언제나 과거 시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관한 질문들이다. '미래는 우연인가, 디자인하는 것인가?'
미래를 통제할 수 있을까
미래가 불명확하다고 여기는 태도 때문에 요즘 특히 역기느응ㄹ 일으키고 있는 문제점이 있는데, 바로 절차가 실질보다 중시되는 경향이다.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을 떄 사람들은 으레 다양한 옵션을 묶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요즘 미국인들이 바로 그렇게 하고 있다.
반면에 미래를 명확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흔들림 없는 확신이 있을 것이다. 확신이 있는 사람은 평범한 것들을 이것저것 쫓으면서 '다방면에 소질이 있다'라고 말하지 않고, 가장 하고 싶은 것 하나를 정해서 그 일을 한다. 뭔가 실질적인 것에서 뛰어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즉, 한가지를 독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불명확한 비관주의
'불명확한 비관주의자'는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불명확한 비관주의자는 쇠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빠르게 진행될지 느리게 진행될지 모른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쇠퇴가 진행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명확한 비관주의
'명확한 비관주의자'는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믿지만, 그 미래가 암울할 것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낙관주의
'명확한 낙관주의자'는 자신이 미래를 계획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불명확한 낙관주의
불명확한 낙관주의자는 미래가 현재보다 더 좋아지리라 생각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더 좋아지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그 어떤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그들은 미래에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미래를 디자인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불명확한 낙관주의자는 다년간 노력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이미 고안되어 있는 제품을 재조합한다.
불명확하게 낙관적인 우리의 세계
불명확한 금융
금융이야말로 불명확한 사고의 전형이다. 왜냐하면 어떻게 해야 부를 창출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를 때 유일하게 도능ㄹ 벌 수 있는 방법이 금융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이거나 실질적인 것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로 중요해지는 것이 '투자의 다각화'다.
금융이 불명확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 창업자는 회사를 매각한 돈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므로 그 돈을 대형 은행에 맡긴다.
- 은행가들은 그 돈으로 뭉서을 할지 모르므로 기관 투자자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기저기에 투자를 다각화한다.
- 기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돈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므로 주식으로 잔뜩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를 다각화한다.
- 기업들은 잉여 현금 흐름을 만들어서 주가를 올리려고 애쓴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배당을 하거나 주식을 되산다.
이 순환 고리 속에 있는 누구도 그 돈으로 실물 경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돈 자체가 더 가치가 있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려면 미래가 명확해야 한다.
불명확한 삶
확률적 태도가 생물학 자체의 목표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1929년 플레밍은 깜박 잊고 뚜껑을 덮지 않았던 실험 접시에서 이상한 향균성 곰팡이가 자란 것을 발견했다.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이다. 이때부터 과학자들은 우연의 힘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다녔다. 현대 약학은 플레밍의 우연한 발견을 가능하게 했던 환경을 100만 배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제약회사들은 무작위로 각종 분자화합물의 조합을 샅샅이 조사하면서 히트작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연한 성공은 예전처럼 자주 일어나지 않고 있다. 1950년 이후 9년마다 연구개발비용 10억 달러당 승인받는 신약의 수가 절반으로 줄고 있다. 같은 기간동안 IT 기술은 어느 때보다. 가속화된 점을 생각할 때, 과연 생명공학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생명공학 스타트업과 컴퓨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비교해보자.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은 극단적으로 불명확한 사고를 한다. 연구진들은 인체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이론을 바탕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나 효과가 있을까 싶은 것들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한다. 생물학자들은 생명공학이 어려운 것은, 신체는 우리가 디자인한 것이 아니고 알면 알수록 더 복합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결국에는 뭔가 성공하겠지'라는 기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공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열의로 헌신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명확한 낙관주의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공학을 지향하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린 스타트업'을 하라는 것이다. 기업가가 될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미리 알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야 하고, '최소기능제품'을 만든 다음 성공한 기업들은 그대로 따라가라고 한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은 방법론일 뿐 목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물건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으로는 지역시장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다. 불명확한 낙관주의자에게 회사란 정말 이상한 곳이다. 회사를 성공시킬 계획도 없으면서 왜 회사가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는가? 다윈주의는 다른 곳에서라면 훌륭한 이론일지 모르지만, 신생기업 세계에서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계획)'이다.
디자인의 귀환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효과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명확한 장기적 계획을 상상하고 실행했다. '최소기능제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1976년 애플을 창업한 이래 잡스는 줄곧 꼼꼼한 계획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커스 그룹의 말을 듣거나 다른 사람의 성공을 모방할 생각은 없았다.
미래가 제멋대로 펼쳐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의 세상에서는 훌륭하고 명확한 계획을 가진 회사가 언제나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운에 기대지 말라
사람이 너무 많은 분야에서는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극도로 어렵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훌륭한 의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신생기업을 성공시키려면 그 무엇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노력은 완벽하게 우리 손 안에 쥐어져 있다. 기업을 세우는 일은 당신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작지만 중요한, 세상의 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려면 먼저 우연이라는 불공평한 폭군부터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