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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증가, 식물에 좋을까

토양 질소 변화가 영향 더 크다

식물의 경우 호흡 반응보다는 광합성 반응이 더 크므로 둘을 합친 결과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내놓는 생명체로 본다. 아무튼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의 원료이므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광합성에는 유리할 것이다. 지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최근 수천만년 사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내려갔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식물은 새로운 광합성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 바로 C4 식물의 등장이다. 이전까지는 모두 C3 식물이였다. 두 식물의 차이는 광합성 과정에서 탄소 네 개로 이뤄진 분자(C4)가 생기느냐 여부다.

C3 식물은 엽육세포 안에서 이산화탄소와 탄소 다섯 개짜기 분자를 반응시켜 탄소 세 개인 분자(C3) 두 개를 만들어 광합성에 들어간다. 반면 C4 식물은 엽육세포에서 이산화탄소와 탄소 세 개인 분자로 탄소 네 개인 분자를 만든 뒤 인접한 유관속초세포로 이동시켜 다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농축시킨 뒤 광합성을 시작하는 것이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 이를 농축시키는 메커니즘을 진화시킨 게 C4 식물이다.

C4 식물 진화는 여러 식물 계열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났고 그 결과 현재 식물 종의 3%에 이른다. 그런데 높은 광합성 효율로 전체 육상식물 바이오매스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농작물은 대부분 C3 시ㄱ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C4 식물 잡초 등쌀에 배겨나지 못한다. 1977년 출간된 책 '세계 최악의 잡초'에 따르면 최악의 잡초 18종 가운데 14종이 C4 식물이다. 물론 농작물 가운데도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C4 식물이 있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C3식물과 C4식물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까.

토양 질소 변화가 영향 더 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높을수록 광합성 메커니즘이 단순한 C3 식물이 유리할 것이다. 반대로 C4 식물은 이산화탄소 농축 장비가 점점 거추장스러워질 것이다. 실제 식물 주변 공기에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농도를 높일 경우 C3식물이 C4식물보다 훨씬 더 큰 혜택을 본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왔다.

'사이언스'에 이제는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가설이 틀리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이 실렸다. 미국 미네소타대 산림자원학과 연구자들은 무려 20년에 걸친 현장실험 결과 첫 12년 동안은 이론과 실제가 잘 맞았지만 그 뒤 8년 동안엔 상황이 역전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경우 C3식물의 생장은 정체되는 반면 C4식물의 생장은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미국 미네소타주에 자생하는 풀 가운데 C3식물 네 종과 C4식물 네 종을 대상으로 모두 88개 지점에 식물을 심고 인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대기 중 농도가 주변보다 180ppm 더 높게 만들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60년 뒤의 공기조성이다.

처음 12년 동안은 이론과 실제가 잘 맞아떨어졌다. 즉 자연상태와 비교했을 때 고농도 조건에서 자란 C3식물은 생체량(biomass)이 평균 20% 더 많은 반면 C4식물은 불과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어지는 8년 동안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C3식물은 평균 2%가 줄어든 반면 C4식물은 무려 24%나 늘어났다.

연구자들은 이런 뜻밖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살펴본 결과 토양의 무기질 질소 함량이 주된변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때 C3식물이 자라는 토양에서는 질소가 초기에는 늘었지만 후반에는 약간 줄어든 반면 C4식물이 있는 토양에서는 질소가 초기에는 줄었지만 후반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차이보다는 토양의 무기질 질소 농도의 차이가 광합성 효율에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다만 식물의 유형에 따른 토양 질소의 농도 변화 패턴 차이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Reference